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웬일인지 아무도 없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추운 겨울 견디지 못해
아롱아롱 조개껍대기
빨래줄에 걸어논
아씨처럼 나린다